현대 K-드라마 속 입체적 악역의 탄생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을 통한 인물 분석

허현 기자

5월 2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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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볼때 마다 언제 어디서나 악역은 존재한다. 나는 생각했다..

저악역들은 왜 악한 생각 행도을 하게 되었을까? 그래서 알아봤다.

과거의 텔레비전 드라마 속 악역들은 대체로 평면적이었다. 그들은 태생부터 악한 존재이거나, 주인공의 선함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기능적으로 소비되는 ‘절대 악’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K-드라마가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서사의 깊이를 더해가는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게 진화한 지점은 바로 ‘악역의 입체화’다.

현대 드라마의 빌런들은 저마다의 상처와 결핍을 안고 있으며, 시청자들은 그들의 악행에 분노하면서도 기저에 깔린 서사에 묘한 연민을 느끼곤 한다.

필자는 이러한 현대 K-드라마 속 악역들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의 ‘개인심리학’ 관점에서 분석해 보고자 한다.

열등감과 보상 기제: 악행의 씨앗이 되다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열등감(Inferiority)’이다. 아들러는 인간의 모든 행동이 열등감을 극복하고 우월성을 추구하려는 동기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흥미롭게도 현대 드라마 속 매력적인 악역들은 대부분 이 ‘깊은 열등감’을 서사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가난한 집안 환경, 부모로부터의 학대, 혹은 사회적 구조에 의해 철저하게 짓밟힌 경험 등은 이들 내면에 거대한 결핍을 만들어낸다.

과거의 드라마가 이러한 결핍을 가진 인물을 주로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나 선한 주인공으로 설정했다면, 최근의 작품들은 이 결핍이 삐뚤어진 ‘보상 기제(Compensation)’로 발현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악역들은 자신의 나약함을 감추기 위해 타인을 짓밟고 권력을 탐하며, 물질적 성공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한다. 즉, 그들이 저지르는 악행은 태생적인 마성 때문이 아니라, 지독한 열등감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처절하고도 파괴적인 몸부림인 셈이다.

시청자들이 이들에게 단순한 증오를 넘어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우리 역시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크고 작은 열등감과 매일 사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공적 최종 목적론: 그들만의 비틀린 정의

아들러는 인간이 현실의 제약을 넘어 자신이 설정한 가상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고 설명하며 이를 ‘가공적 최종 목적(Fictional Finalism)’이라고 칭했다. 입체적인 악역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들의 행동에 확고한 당위성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단순히 괴롭히는 것을 즐기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힘이 없으면 당한다”, “복수만이 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이 썩어빠진 세상을 리셋해야 한다”는 식의 자신만의 굳건한 신념, 즉 비틀린 최종 목적을 가지고 움직인다.

이러한 악역의 서사는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주인공의 정의와 악역의 비틀린 정의가 정면으로 충돌할 때, 시청자들은 무엇이 진정한 선이고 악인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필자가 여러 미디어 콘텐츠를 분석하며 느끼는 지점은, 결국 가장 두려운 악역은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굳게 믿는 자’라는 사실이다.

이들의 가공적 최종 목적은 너무나도 견고해서, 파멸의 순간이 다가올 때까지도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입체적 악역, 현대인의 심리를 비추는 거울

결론적으로, 현대 K-드라마 속 입체적 악역의 탄생은 팍팍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대중의 심리가 미디어에 투영된 결과물이다. 우리는 아들러가 말한 우월성 추구의 굴레 속에서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살아간다.

성공이라는 단일한 가치만을 강요받는 사회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꼭대기에 오르려는 악역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내면에 숨겨진 그림자일지도 모른다.

미디어는 이들의 파멸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건강한 공동체 의식(사회적 관심)이 결여된 우월성 추구는 결국 자기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아들러의 통찰은, 오늘날 스크린 속 악역들을 통해 가장 생생하게 증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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